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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도전의 시대,
연결 역량

글 허재원(Google Growth Manager)

우리를 둘러싼 삶의 환경은 급속도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정치, 경제, 과학, 기술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선 ‘속도전’이 중요하게 여겨지고 있지요. 이러한 속도전이 가속화된 데엔 여러 이유가 있지만, 대표적으로 ‘연결’을 꼽을 수 있습니다. 특히 물리적 연결 뿐만 아니라 인터넷이라는 가상 세계를 통한 연결은 우리 삶을 더 극적으로 바꿔놓기 시작했습니다. 왜 현대에 ‘연결’은 중요한 변화의 동인이 된 것인지, 이를 위해 필요한 역량은 무엇일지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연결의 결과 – 속도 전쟁

21세기 세상이 연결되는 속도는 ‘달력’의 단위가 아닌 시계의 ‘초’ 단위로 바뀌었습니다. 새로운 상품이나 서비스는 순식간에 전 세계의 유행이 됩니다. 그러나 동시에 그만큼 유행의 수명은 더 짧아지고 다시 새로운 상품과 서비스가 기존의 것을 대체합니다. 정치인들이 새로운 파괴적인 기술을 알게 되고, 세미나를 열고, 새로운 법률이 제정될 때쯤이면 이미 시장에서는 그 기술이 진부화되어 없어져 있을 수도 있습니다.
고객의 소비 생활에 항상 맞닿아 있는 커머스(Commerce)분야에서는 속도가 더욱 빠르게 체감됩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불가능했던 새벽 배송, 당일 배송은 당연해졌고, 그 와중에도 아마존, 알리바바, 쿠팡과 같은 기업들은 어떻게 하면 3시간 내로 배송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며 ‘라스트 마일(Last mile)’을 혁신하는 시스템을 설계하고 있습니다. 연결의 속도뿐만 아니라 파급 효과 또한 중요해졌습니다. 과거 SNS 기업들은 단순히 다운로드나 활성 유저 수를 목표로 삼았다면, 세계 최대의 SNS 기업인 페이스북은 고객이 가입 후 10일 안에 7명의 친구를 만들고 있는지를 주요 성과 지표로 관리합니다. 자사의 서비스가 고객에게 얼마나 끈끈한 연결을 제공하고 있는지가 미래에는 가장 중요한 지표이자 자산이라는 의미입니다.

연결의 시대에 무엇이 필요할까? - 개개인의 연결 역량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은 ‘연결하는 기술’입니다. 지금의 자율주행 기술은 훌륭하지만, 앞을 보고 잘 달릴 뿐입니다. 자율주행 차량이 나아가는 궁극적인 지향점은 연결을 통해 완성된 ‘커넥티드 카(Connected car)’와 이를 포함한 환경입니다. 커넥티드 카는 5G 통신을 이용해 도시 인프라 및 다른 차량들과 연결되기 때문에 교통 정체와 교통사고의 발생 가능성이 완전히 사라지지요. 이런 미래가 예견된 상황에서, 나 혼자 잘 달리는 차만을 계속 연구하면 어떻게 될까요? 연결하는 기술은 지금 이 순간에도 진보하고 있고, 이를 적재적소에 활용하지 못하면 미래에 도태될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기업과 개인 모두 시대의 흐름과 최신 기술을 이해하고 이를 민첩하게 적용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합니다.
사람 간의 연결은 과학기술만으로 완성되지 않기 때문에 ‘공감하는 능력’ 또한 중요해졌습니다. 마케팅 구루 필립 코틀러는 “하이테크 세계에서 사람들은 하이터치(High-touch, 가장 인간적인 감성)를 갈구한다”고 말했습니다. 연결의 시대에서 사람들은 자신과 접속하려고 하는 수많은 시도에 노출됩니다. 이 중에서 사람들이 클릭하고, 귀 기울이는 것들은 결국 자신이 공감할 수 있고, 자신에게 공감해주는 메시지입니다.
과거의 ‘싸이월드’와 같은 SNS는 현실의 삶을 디지털로 옮겨놓는 폐쇄적인 서비스였습니다. 하지만 ‘틱톡’과 같은 오늘날의 SNS는 자신이 춤추는 영상이 즉시 전 세계인들에게 공개될 수 있도록 합니다. 이처럼 연결의 속도는 ‘개방성’에 달려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전에는 이어지지 않았던 점들이 이어졌을 때 메시지의 전달 속도는 수십 배로 빨라집니다.
2020년 전 세계를 뒤흔들었던 코로나19 앞에선 전례 없던 백신 속도전도 벌어졌습니다. 평균 10년이 걸리던 백신 개발을 1년으로 단축할 수 있었던 이유는 각국에서 쏟아 부은 공공재원도 있지만 무엇보다 위기 극복을 위해 전 세계의 과학자들이 공개적으로 연구에 협력했기 때문입니다.
기업이나 개인이 가진 능력이 아무리 뛰어나더라도 자신들의 세계에만 머물러 있다면, 연결의 수는 줄어들고, 변화나 개선의 속도는 느려질 것입니다. 이전에는 도전하지 않았던, 알지도 못했던 세계에 자신을 연결하고, 또 다른 사람이 언제든 자신에게 연결할 수 있게 하는 것이 더욱 중요해질 것입니다. 즉 ‘개방성’과 ‘포용성’을 갖추는 것이 우리 모두에게 주어진 속도전에서 생존하고, 때로 앞서나갈 수 있게 하는 핵심 역량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