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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승선과 출발선이
맞닿아 있는 2월에

김원중 자재검사처 송변전검사부 대리

학창 시절 2월을 참 좋아했습니다. 우선 다른 달에 비해 짧아서 뭔가 특이한 면이 있어 마음에 들었습니다. 추운 겨울 공기가 익숙해져 11월에 가을을 보내며 만났던 그 차가웠던 느낌과는 달라서 2월이 좋았습니다. 앞선 두 가지 이유도 있었지만, 사실 2월을 좋아했던 가장 큰 이유는 두 번의 방학을 보낼 수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지금은 아니지만 수년 전까지 학생들은 2월이면 겨울 방학과 이어지는 봄 방학의 설렘과 편안함을 느끼던 시기였죠. 몸에 익숙해진 겨울 방학과 아쉬운 마음으로 헤어져도 조금만 더 학교에 다니면 짧지만 소중한 봄 방학이 기다리고 있으니까요.
2월에는 기억에 남는 날도 많았습니다. 한 학년을 마치는 종업식, 미운 정 고운 정 함께 들었던 학교생활을 마감하는 졸업식이 있었습니다. 새 학년, 새 학교에 맞춰 책, 교복을 사기도 했습니다. 음력 날짜의 변화가 있어 매해는 아니었지만, 대부분 2월에는 설날이 있어 새해 인사를 드리러 다니고, 1월에 다짐했던 올해 결심을 다시 한번 되새기는 시기도 주어지죠.
성인이 되어 우리 회사에 들어오니 12월에서 2월 사이 인사이동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2월이 되면 모든 인원 배치가 마무리되어 올해의 팀 구성원이 결정되었어요. 그렇기에 회사에서의 2월은 같은 건물에서 여전히 근무는 하지만 다른 보직을 받거나, 처음 가보는 낯선 사업소로 전출을 가기도 했습니다. 또, 힘든 경쟁의 과정을 뚫고 진급에 성공하신 분들은 바뀐 직함으로 새롭게 모인 동료들과 업무를 시작하기도 하죠. 익숙하지 않은 업무를 해내야만 할 때, 잘 모르는 사람들과 좋은 팀워크를 유지하려고 노력할 때면 학창 시절 어려운 시험 문제를 만났을 때, 새 학년 등교 첫날 어떤 담임선생님이 교실 문을 열고 들어오실까 하고 기다렸던 때와 비슷한 감정이 들곤 했습니다. 새로운 환경과 마주하면 누구라도 걱정과 기대감을 함께 느끼기 때문일 것입니다.
운동장에서 오래달리기를 해본 기억을 다 가지고 계실 겁니다. 출발 신호와 함께 시작된 달리기는 한 바퀴를 돌고 나면 다시 내가 뛰었던 출발선으로 돌아오게 됩니다. 그렇게 몇 바퀴를 더 돌아 나의 레이스를 마치게 해 줄 결승선도 바로 그 출발선입니다. 2월은 그 출발선과 결승선이 맞닿아 있는 달인 것 같아요. 섣달그믐을 넘어 정월 초하루를 맞이하는 달, 기존의 자리를 떠나 새로운 자리에서 첫 출발을 준비하는 달, 혹은 같은 자리에 있어도 뛰어온 한 바퀴를 마무리하며 같은 듯 새로운 두 번째 질주를 준비하는 달도 2월입니다. 달려온 횟수는 저마다 다르겠지만 이제 눈앞에 다시 출발선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다음 바퀴는 또 어떤 레이스가 될까요? 지난 바퀴가 너무 힘들어서 다리가 더 아파질 수도, 아니면 몸이 풀리기 시작하면서 가뿐한 느낌으로 달릴 수도 있을 것입니다. 어떤 일이 펼쳐질지 아무도 알 수 없기에 내일은 오늘보다 더 좋은 일이 생길 거라는 희망을 품고, 출발선이자 결승선인 그 라인을 넘어가 보는 것은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