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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함께
있다는 것

글 편집실

'거리 두기'가 미덕이 된 요즘 같은 시기, 사람과 사람 사이에 생겨나는 온기가 주는 위로를 잊기 쉽다. 하지만 물리적으로 떨어져 있더라도, 힘겨운 시간을 이겨내고 외로움을 잊게 하는 것은 결국 누군가가 나와 ‘함께’하고 있다는 감각이 아닐까?
카우스의 설치 작품 <Together>를 통해 함께 한다는 것의 의미에 대해 생각해보자

600X452X337cm l @인천 영종도 파라다이스시티 플라자

토닥토닥, 치유를 부르는
허그(Hug)

높이가 6미터에 달하는 설치 작품 <Together(함께)>는 차세대 앤디 워홀이라 불리는 미국의 예술가 카우스(KAWS)의 작품이다. ‘동반자’를 의미하는 ‘컴패니언(Companion)’은 카우스의 시그니처 캐릭터로, 해골 형상의 머리와 미키마우스를 닮은 몸매를 갖고 있다.
두 눈과 손, 발에 작가의 서명이자 출생 점(Birthmark)을 의미하는 ‘X’자가 그려져 있는 것도 특징이다. 동심을 상징하는 미키마우스에 ‘죽음’이라는 어두운 의미가 중첩되어 있어, 작가가 인간의 감춰진 이면과 감정에 주목하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현재 인천 영종도 파라다이스시티에 전시되어 있는 <Together>의 ‘컴패니언’들은 서로를 꼭 안고 있다. 따뜻한 색감의 목재 패널로 마감되어 감성적인 느낌도 자아낸다. 이들의 모습을 보았을 때 어떤 감정이 드는가? 이들에게 어떤 이야기가 들려 오는가?
정답은 없다. 오랜만에 만나 반가운 인사를 나누는 모습일 수도 있고, 힘든 일을 겪은 상대를 안아 위로해주는 모습일 수도, 연인 간의 애정이 가득 담긴 포옹일 수도 있다. 우리 각자가 이 작품을 보며 어떤 상황과 감정을 상상하든 따뜻하고 든든한 위로와 북돋음의 메시지는 변하지 않는다.

보는 이의 마음을 투영하는
보편적인 예술 작품

25X 28X5m l @홍콩 빅토리아 하버 l 2009

컴패니언은 작은 크기의 피규어부터 대형 공공 설치 작품에 이르기까지 크기도 다양할뿐더러 목재, 유리, 섬유, 비닐 튜브 등 여러 가지 재료로 변주되어 만들어졌다. 세계 곳곳의 랜드마크에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났던 이들의 감정 상태도 모두 제각각이다. 부끄럽다는 듯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기도 하고, 물 위에 편안하게 둥둥 떠 있기도, 토라졌다는 듯 뒤돌아 있기도 하는 등 사람들이 가진 다채로운 감정과 상황을 재치 있게 표현해낸다. 이는 보는 이들에게 상상의 여지를 남겨주고, ‘나 저런 마음 알아’ 같은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작가는 인간들이 느끼는 보편적인 감정을 캐릭터를 통해 담아내고 있는 이유를 다음처럼 밝힌 바 있다.
“나라마다 문화와 언어가 다르지만, 캐릭터라는 건 보편적이고 대중적이다. 언어 장벽을 넘어서서 늘 어디서든 함께할 수 있다는 그 매력에 끌렸다.”
카우스의 ‘컴패니언’ 시리즈와 작품 <Together>는 우리가 타인의 감정을 ‘함께’ 느낄 수 있다는 게 얼마나 귀한 일인지 알려준다. 다르다는 이유로 서로를 배척하기 쉬운 오늘날, 곁에 있는 누군가가 내 마음을 이해하고 있다는 것을, 함께 기뻐하거나 슬퍼해 줄 수 있다는 사실을 상기하는 것만으로도 우리가 느끼는 외로움은 한결 가벼워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