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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시
고양시 & 고양지사

글 장은경 사진 이원재(Bomb 스튜디오)

한반도의 허리에 자리 잡은 고양시는 석기시대의 유물이 출토되고, 예로부터 강이 자주 범람해 침수지역으로 회자 되던 곳이지만 지금은 일산 신도시가 들어서 묘한 대조를 이룬다. 북쪽의 교통의 요충지로서 한양에 들어가는 길목이었기에 중국 사신들이 드나드는 벽제관이 자리하기도 했다. 지금은 터만 남아있다. 조선 태종 때 고봉과 덕양을 합해 고양현이 되었고 600여 년간이나 고양이라는 이름을 이어왔다. 고양은 전국에서 다섯 번째로 문화재가 많은 도시로, 조선왕조의 왕실 족분군인 서오릉과 서삼릉이 위치해 있다. 역사와 자연, 인간이 어우러지는 고양시는 다채로운 이야기를 품었다.

행주산성

2월, 어느덧 혹독하던 계절의 끝이다. 제법 온기를 머금은 바람을 따라 자박자박 길을 나선다. 덕양산의 부드러운 능선으로 이어지는 행주산성 길은 산책을 즐기기 딱 좋다. 그리 험하지 않은 산길을 오르다 만나는 한강의 시원한 풍광은 덤이다. 역사누리길이라는 이름을 붙여 고양시가 조성한 등산로를 따라 행주산성을 한 바퀴 도는 데에는 1시간 30분이 걸리며, 총 3.7km 코스이다.
정상에 서면 어느 방향에서도 막힘이 없이 고양시는 물론 서울과 김포가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웅장한 풍경의 파노라마는 겨우내 갑갑했던 가슴을 시원하게 틔워준다.
행주산성은 임진왜란의 통쾌한 승전 드라마 행주대첩을 빼놓을 수 없다. 정상 한가운데에 거대한 행주대첩비가 서 있긴 하지만 한 귀퉁이의 대첩비각이 진짜다. 행주대첩을 이끈 권율 장군을 기리기 위해 그의 휘하 장수들이 세웠고, 비문은 한석봉이 썼다고 한다. 안타깝게도 일제강점기에 훼손이 되어 글씨는 잘 알아볼 수 없다.
산 중턱에 자리한 권율 장군 동상과 반각화, 능선을 따라 이어지는 행주산성의 토성이 치열했던 그 날의 이야기를 증언한다.
428년 전의 2월, 우리 군 2천 3백여 명이 일본군 3만 명을 상대로 덕양산 행주산성에 배수의 진을 쳤다. 결과는 우리 군의 승리였다. 행주산성의 지형지물을 십분 활용한 권율 장군부대의 지략이 주효했고, 신기전, 화차와 같은 최신식 무기를 활용하여 일본의 내로라하는 장수들이 이끄는 왜군의 7차례에 걸친 공격을 차례로 물리쳤다. 하지만 7차 공격 때 결국 성이 뚫려 치열한 백병전이 벌어지고 화살이 떨어지자 성이 함락될 위기에 처한다. 이때 한강을 통해 경기도 수군의 화살을 실은 배가 도착하고 후방에 전라도 조운선 수십 척이 보이자 왜군은 후퇴를 선언한다. 단 하루 동안 펼쳐진 드라마틱한 행주대첩의 승리는 임진왜란 3대 대첩으로 손꼽힌다. 행주산성길은 열 배가 넘는 적군을 상대로 목숨을 내어놓고 싸우던 이들의 뜨거운 기운이 서렸다.

겨울 덕양산 꼭대기에서 언 강 너머로 아스라이 길들이 겹쳐진다.
자주 강이 범람하던 들판에는 고달픈 사연도 범람했다.
굽이치던 길은 말끔한 아스팔트 숲과 겹쳐지고,
겨우내 앙상해진 회색 나뭇가지 사이로 방화대교가 달린다.
강 너머 도시엔 다시 이야기가 범람할 것이다.
‘괜찮다, 괜찮다.’ 무수한 속살거림을 보듬은 채
언 강은 여전히 봄을 향해 흐른다.

행주산성으로 잘 알려진 덕양산 정상에서 바라본 풍경

  • 창릉, 익릉, 명릉, 홍릉, 경릉 등 5기의 조선왕릉이 자리해 있는 서오릉.

  • 일산 호수공원의 한가로운 풍경


107만 인구의
윤택한 일상을 책임지는
고양지사



고양지사의 역사는 1961년 서울지점 일산출장소로 거슬러 올라간다. 80여 명의 사우가 4부 9파트로 나뉘어 일사불란하게 자기 역할을 다하는 곳이다.
이들의 일상에서 팽팽한 긴장과 속도전은 필수다. 업무량이 녹록지 않기 때문이다. 인구 100만 명 이상의 광역시급 대도시 중 1개 도시 전체를 단독으로 담당하고 있어 유사 여건의 다른 지사에 비해 업무량과 설비량이 많다.
지중화율이 60%에 육박하고 전사 20%를 점유하고 있을 정도로 지중설비 규모가 전국에서 손꼽는 규모이며, 이마저도 신도시 1기 개발 후 30년이 경과, 교체 시기가 도래해 매우 노후화되어있다. 또 방송국, 데이터 센터가 밀집해있어 안정적인 설비 관리가 중요하다. 그뿐인가. 고양 특례시가 확정되면서 장항, 창릉지구와 같은 대단위 택지들이 개발되고 있어 적시에 전력공급을 위해 대비하고 있다.
이처럼 분주한 일상을 사는 이들에게 소소한 자랑거리는 지난해 새롭게 개관한 북카페이다.
직원들이 직접 발로 뛰며 개관한 북카페이기에 더욱 애정도가 높다. 지난해 초부터 준비했는데 담당자는 직접 도면을 그리면서 열정을 보였다고 한다. 연대 캠퍼스, 코엑스 스타필드 별마당 도서관 등을 직접 발로 뛰어다니며 사진을 찍어 사우들이 원하는 북카페를 만들어나갈 수 있게끔 현장 투표 공간도 만들었다. 그 결과 사우들의 취향에 맞춤한 아늑한 카페 분위기의 북카페가 완성되었다. 지금은 점심시간이면 사우들의 훌륭한 휴식처가 되고 있으며, 매일 출석 도장을 찍는 열혈 이용자들도 생겼다.
사납게 밀려드는 업무의 파도도, 전국에서 손꼽는 업무량을 소화해내야 하는 하루하루도 이들은 웃으며 서로 손을 맞잡고 뛰어넘는 중이다. 난세에 이름을 남긴 영웅은 각자의 자리에서 목숨 걸고 화살을 쏘고 돌을 날라 던졌던 수많은 무명 인물들의 노력이 더해져 만들어진다. 각자의 자리에서 분투하는 고양지사의 나날들은 그래서 영웅보다 눈부시다.

  • 북카페 열혈 이용자 3인의 소감 김혜수 업무에 관한 생각을 잠시 내려놓고 여유를 가질 수 있어 좋아요!
    하소희 긴 하루 속에 좋은 책이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더 행복해집니다
    박선 업무에서 벗어나 잠시나마 마음 편히 쉴 수 있는 공간이 생겨 좋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