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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이 사라졌다고 설렘도 사라지진 않는다
<여행준비의 기술> 저자 박재영

글 송지유 사진 이원재(Bomb 스튜디오)

팬데믹 시대, 직장인들은 연중 몇 번 없는 여행의 설렘까지 잃어버렸다.
이 같은 우울한 여행자들을 위해 도서 <여행준비의 기술>에서는 일상에서 설렘을 찾는 여행 준비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를 통해 어떤 설렘을 발견할 수 있을지 ‘프로 여행준비러’ 박재영 작가를 만나 보았다.

잃어버린 ‘여행’ 대신 ‘여행 준비’로 설렘 즐기기

“모든 준비 중 가장 즐거운 건 여행 준비입니다. 소풍날보다 전날이 더 설레듯, 여행도 준비할 때 더 설레고 즐겁잖아요. 여행 준비는 여행을 풍성하게 만들지만, 더 나아가 추억을 풍성하게 만들어줍니다. 지금은 여행을 떠나기 어려운 시기지만, 언제든 할 수 있는 여행 준비로 설렘을 누리시길 바라며 책을 썼습니다.”
마음껏 여행을 떠날 수 없는 이 시기에 박재영 작가는 저서 <여행준비의 기술>을 통해 여행 ‘준비’에 대해 이야기 한다. 코로나19로 인해 계획했던 여행이 모두 무산되면서 저자 역시 우울했지만, 자신의 취미는 여행이 아니라 여행 준비라는 것을 다시 떠올렸다. 그리고 모두가 여행을 멈춘 이 시기에 여행 준비가 더 필요하다는 생각으로 10년전부터 구상했던 이 책을 실행에 옮겼다.
“저는 가고 싶은 곳이나 새로운 곳을 발견하면 정보를 찾아보고, 구글지도에서 그 위치에 별을 찍어 놓아요. 또 그 주변으로 가볼 만한 곳을 더 찾아보면서 저만의 지도를 만듭니다. 가장 설렐 때는 가고 싶은 곳이 새로 생겨서 찾아봤는데 몇 년 전에 찍어 놓은 별을 다시 찍게 될 때입니다. 그곳에 갈 확률이, 찍어 놓은 별을 딸 확률이 높아진 거니까요.”
여행 준비는 이처럼 꼭 당장 떠나지 않아도, 정보를 찾아보는 것만으로도 설레고 즐겁다. 때문에 과정 자체를 즐길 수 있다는 것이 여행 준비를 취미로 가진 사람의 특성이자 특권이라는 박재영 작가. 그의 지론처럼 여행은 1년에 두세 번밖에 못가지만, 여행 준비는 1년 내내 할 수 있으니 지금 이 시기에 더욱 필요한 취미인 듯하다.

지금이야말로 여행 ‘준비’의 적기

그렇다면, 박재영 작가가 추천하는 ‘여행 준비의 기술’은 무엇일까. 먼저 여행의 명분을 만들면 여행이 더 즐거워진다. 여행 적금을 들거나 결혼기념일 등 명분을 만들면 보다 마음 편하게 떠날 수 있다. 다음은 ‘구글 지도’에 별 찍기. 책을 읽다가, TV를 보다가 관심이 가는 장소가 나타날 때마다 별을 찍다 보면 많이 찍힌 곳이 바로 내가 가고 싶은 곳이다. 세 번째는 여행지의 스토리, 문화를 알면 여행이 훨씬 재밌다. 지금처럼 발이 묶인 시기에 관심이 가는 지역을 다룬 다큐든 책이든 열심히 보고 읽어 둔다면, 그 자체도 즐거운 과정이 될 테고, 나중에 실제로 떠나게 될 때 훨씬 풍성한 추억을 만들 수 있다. 네 번째는 동행자와 대화를 많이 하는 것. 가고 싶은 장소부터 음식, 하고 싶은 것 등 여행 이야기를 하다 보면 대화가 늘고, 그런 면에서 여행 준비는 대화에도 중요한 기술이 된다. 마지막으로 리스트 만들기. ‘정말 가보고 싶은 도시 다섯 곳’, ‘안 먹어본 음식 다섯 가지’, ‘드라이브하고 싶은 다섯 곳’ 등 리스트를 만들면 자기가 어떤 걸 좋아하는지 알 수 있다. 그야말로 나를 위한 최고의 여행 상품을 충분한 시간을 두고 계획하는 것이다.
“여행 준비의 가장 큰 장점은 ‘내가 누구인지 알 수 있게 된다’는 겁니다. 자신이 정말 좋아하는 것을 보고 잘 맞는 여행을 만들기 위해 더 조사하고 준비하며 자신에 대해 알게 되죠.”
그러나 이처럼 여행 준비를 즐기는 그에게도 괴로운 시간은 있다. 바로 선택과 집중의 순간이다. 때문에 여행 준비를 잘하는 기술 중 하나는 ‘버리기’라고 강조한다. 가고 싶은 곳은 여러 곳이고 시간은 한정될때 선택이 힘들지만, 한 장소만 너무 멀리 떨어져 있으면 대부분 가지 않는다. 대신 그 시간에 누릴 수 있는 한가로운 쇼핑, 산책을 택한다. 누구에게나 최고의 만족을 주는 여행지는 없으므로 다 버리고 ‘다시 꿈꾸면 된다’고 단언한다.

일상을 여행처럼, 인생은 관광객 모드로

박재영ㅣ 의사 출신 저널리스트. 보건의료전문 미디어 <청년의사> 편집주간으로 일하며 책 팟캐스트 ‘YG와 JYP의 책걸상’을 진행하고 있다. 2020년 말 <여행준비의 기술>을 출간했다.

“저는 20년 동안 스페인 마요르카에 가는 것을 꿈꿨어요. 신혼 시절 아내와 함께 본 연극의 배경지였는데, 결혼 20주년 되는 해에 가기로 했죠. 그때부터 틈만 나면 정보를 찾았고 호텔부터 맛집까지 다 별을 찍어 놓았어요. 아마 코로나19가 아니었으면, 올해 마요르카에 갔을 겁니다. 이처럼 ‘오랫동안 갈망하고 그리워하는’ 과정을 거쳐서 드디어 갔을 때, 설렘은 극대화되죠.”
여행의 설렘이 극대화되는 또 다른 방법은 ‘책 읽기’다. 지리적 묘사가 많이 나오는 소설, 장소에 대한 서술이 많이 나오는 책을 읽으면 읽는 내내 가고 싶은 마음이 조금씩 쌓이며 설렘이 더욱 커진다. 10년 동안 노르웨이 여행을 꿈꾸고 결국 떠나게 했던 제일 큰 이유도 바로 노르웨이 배경의 소설 때문이었단다.
“우리의 다음 여행은 누구나 특별한 여행이 될 겁니다. 따라서 어떤 여행을 하고 싶은지 지금부터 준비하면 어떨까요. 더불어 이 책을 읽으며 ‘코로나 블루’를 누그러뜨리고 소풍 전날 같은 설렘을 느끼시면 좋겠습니다.”
‘일상을 여행처럼, 인생은 관광객 모드로’. 책에 사인을 해줄 때 그가 즐겨 쓰는 이 문장처럼, 팍팍한 일상도 여행자의 마음으로 지내면 좀 더 재미있고, 설렘으로 충만한 시간이 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