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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핑의 풍경을 바꾼
리테일 테크

글 김진환(트렌드 인사이트 에디터)

지난 3월 11일, 나스닥에 상장한 쿠팡은 놀랍게도 시가총액 기준으로 100조 원을 돌파하면서 삼성전자를 이은 국내 기업 시가총액 2위에 위치했다. 이를 목격한 많은 이들이 의문 부호와 감탄사를 동시에 뱉었다. 과연 쿠팡의 가치가 저 정도인지, 그리고 국내 내수 유통시장의 가치가 어디까지인가에 대해서 말이다.

소매 업계의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

지난 2020년, 전 세계를 강타한 언택트 트렌드는 쿠팡을 필두로 한 IT 기업들에게는 커다란 성장을, 오프라인 리테일 기업들에게는 보릿고개를 맞닥뜨리게 했다. 그리고 1년이 지난 2021년 3월 오프라인 소매 산업은 보복 소비의 호황을 마주하고 있다. 명품 매출이 크게 늘었음은 물론이고, 2월 말 여의도에 오픈한 ‘더현대서울’은 3.1절 연휴 기간 일 평균 80억 원 가량의 매출을 기록했다(이는 국내 1위 백화점인 신세계 강남 수준의 매출이다). 그리고 이 극심한 연교차는 동시에 소매 산업이 맞닥뜨린 거대한 변화의 격랑이기도 하다. 그 변화의 핵심에 바로 ‘리테일 테크’가 있다.
소매 산업에서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전반을 일컫는 리테일 테크를 크게 분류해보면, ‘한계의 극복’과 ‘흡수를 통한 재창조’로 나눌 수 있다.

01__ 한계의 극복 사람과 시간의 흔적을 감춰라!

오프라인 커머스는 본질적으로 매장 방문을 위한 이동, 사람과 사람과의 접촉을 필연적으로 동반한다. 그리고 지난 1년간 오프라인 커머스 기업들의 화두는 이 특징을 감추는 것이었다. 2016년 처음 등장한 무인 매장 ‘아마존 고’는 더현대서울의 ‘언커먼 스토어’, 세븐일레븐의 ‘세븐일레븐 시그니처’, 이마트24의 무인 편의점으로 재탄생했다. 인건비를 최소화하고, 운영 시간의 제약도 극복할 수 있는 이들 매장 형태는 장차 오프라인 유통의 한 축을 차지하게 될 것이다. 이와 더불어 온라인에서의 주문을 오프라인으로 흡수하기 위한 시도들도 다양하게 이뤄지고 있다. 국내에서는 새벽 배송을 넘은 당일배송 서비스가 등장할 예정이고, 배송에 걸리는 시간을 줄이기 어려운 미국에서는 ‘커브드 사이드 픽업(온라인으로 주문한 고객의 차 트렁크에 물품을 실어주는 서비스)’, ‘인홈 딜리버리(고객의 냉장고까지 물품을 배송해주는 서비스)’까지 등장했다. 코로나 이전부터 수년간 지속되던 온라인 커머스의 도전을 이겨내기 위해 갈고 닦아온 칼을 꺼내 들기 시작한 것이다.

02__ 흡수를 통한 재창조 지불 방법과 공간의 제약을 혁신하라!

한편에서는 온라인 커머스의 장점을 흡수하여, 오프라인에 적합한 형태로 재창조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바로 결제에서의 혁신. 현금이나 실물 카드 중심으로 이뤄지던 결제가 어느새 카카오페이 등의 모바일 페이먼트로 전환된 것이다. 단순히 지갑을 갖고 다니지 않아도 된다는 편리함 속에는 오프라인 결제도 데이터의 영역으로 전환됐다는 변화가 숨어있다. 이미 우리는 위치 정보와 오프라인, 온라인 결제 정보가 결합된 알고리즘의 터널 속으로 서서히 빠져들고 있다.
오프라인의 확장은 물리적인 영역에만 그치지 않는다. 이케아는 지난 2018년부터 고객이 원하는 장소에 가구를 실제로 배치해볼 수 있는 증강현실 서비스인 ‘이케아 플레이스’ 서비스를 시작했으며, 국내외 많은 오프라인 매장들에서는 실제로 옷을 입어보지 않고도 고객의 체형에 맞춰서 제품을 추천해주는 스마트 미러를 도입하기 시작했다.

(좌) 아마존 웹서비스(AWS)기반의 응용 기술과 인공 지능, 머신 러닝 등을 바탕으로 구현된 ‘언커먼 스토어’. QR 코드를 통해 입장하면 수백 개의 센서가 구입하려는 물건을 자동으로 결제해준다. (출처 : 더현대 서울)
(우) 가상으로 가구를 공간에 배치할 수 있는 증강현실(AR) 앱 ‘이케아 플레이스’ (출처 : 이케아)

쇼핑의 풍경, 어떻게 바뀔까?

서두에서 주지했듯이 지난 1년간 오프라인에서의 접촉은 곧 리스크였다. 그러나 우리는 동시에 사람과 사람 사이의 물리적인 접촉에 대한 욕구가 완전히 해소될 수 없다는 사실 또한 깨닫게 됐다. 머지않은 미래에 우리가 다시 돌아갈 접촉과 대면 기반의 사회는 2019년의 그것과는 사뭇 다른 모습일 것이다. 그곳에서의 뉴노멀은 ‘불필요한 접촉은 최소화하고, 최소한의 접촉으로도 효용을 극대화하는 방향’이지 않을까? 이는 곧 지난 1년간의 언택트(Untact) 보릿고개를 새로운 역량으로 재창조해낸 기업만이 살아남게 되리라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그 기업은 ‘검색을 무기로 오픈마켓을 장악한 네이버’, ‘전 국민 메신저 플랫폼 안에서 수많은 콘텐츠를 연결한 카카오’, ‘전국을 촘촘하게 엮은 오프라인 유통망으로 100조 원의 가치를 인정받은 쿠팡’과 경쟁하며, 오프라인 리테일이라는 전장을 누비게 될 것이다.

리테일 테크란?
‘Retail + Technology’ 즉 ‘유통+기술’을 지칭하는 용어로 유통 산업의 도메인 지식과 결합된 최신 테크놀로지 세트를 의미한다. 개인화, 쿠폰, 결제, 데이터 분석, 검색 및 가격 비교, 제품 추천, 물류 및 택배 배송 등의 분야를 위한 기술들이 포함된다. (정연승, ‘유통의 미래, 신유통과 리테일테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