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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글라스가 담아온
눈부신 나날

사진 출처. Wikipedia(Ancient, 1937년, 2020년), racked(1430년), 서울역사박물관(1895년)

선글라스가 비추는 자리는 색이 바래지만, 선글라스가 걸어왔던 자리는 매번 반짝였다. 사람들의 필요에 의해 만들어진 이 발명품은 시간이 흐르며 사람들이 필요하지 않아도 착용하고 싶은, 멋진 아이템으로 격상해온 까닭이다. 화려한 행사, 오랜만에 떠나는 여행, 혹은 평범함을 특별함으로 바꾸고 싶은 일상. 오늘날 사람들의 찬란한 순간에 늘 함께하며 ‘엣지 있는 아이템’으로 거듭난 선글라스의 지난날들을 들여다본다.

  • 인류, 최초의 선글라스를 만들다 선글라스는 빛으로 인한 눈부심 현상을 막기 위해 사용한다. 이러한 용도로 쓰인 물건을 선글라스로 얘기한다면, 고대에도 선글라스가 착용됐다. 고대 이누이트 족이 눈이나 얼음에 비치는 빛으로부터 눈을 보호하기 위해 고글 형태의 눈 보호용 기구를 걸친 것이다. 당시 이들이 쓴 기구의 재료는 다름 아닌 바다코끼리 등 거대한 동물의 뼈였다. 곱게 간 뼈에 가운데에 가늘고 긴 홈을 파 눈부심을 피하면서 최소한으로 식별할 수 있도록 했다.

  • 로마 제국 황제의 에메랄드빛 선글라스 로마 제국의 제5대 황제인 네로 황제는 검투사들의 결투를 구경할 때 에메랄드 보석을 잘 갈아서 선글라스처럼 사용했다. 원형 경기장의 결투 분위기를 에메랄드 빛깔의 보석으로 투영해 ‘색다르게’ 관람하기 위해서였다. 실제로 오페라의 무대 조명처럼 일종의 시각 효과가 보태지게 된다. 일찍이 네로 황제는 색깔 있는 렌즈가 주는 시각 효과의 묘미를 파악했던 인물인 셈이다.

  • 송나라 판관의 눈빛, 그 작은 흔들림조차 가린 색안경 지금으로부터 600여 년 전 송나라에서는 독특한 용도로 ‘검은색 안경’을 썼다. 판관들이 죄인들을 심판하면서 자신들의 표정을 가리고 위압감을 주기 위한 용도로 착용한 것이다. 그렇다면 이 검은색 안경은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당시에는 천연 수정으로 안경알을 만들었는데, 연기로 렌즈를 그을려 색깔을 내는 방법을 사용했다고 한다. 실제로 유리를 불에 구워보면 갈변한다. 이 원리를 응용하여 불투명한 색의 안경을 개발한 것이다.

  • 멋쟁이 조상들이 착용한 트렌드 아이템 우리나라에서는 조선 시대 후기부터 검은색 알로 만들어진 색안경이 등장하기 시작한다. 1895년 단발령이 시행된 뒤 서양 의복과 모자, 신발 소비가 늘어났는데, 이때 새 복식이 유행하며 서양식 지팡이, 양산 같은 소품은 물론, 서양식 안경과 색안경이 착용됐다. 당시 개화기 종로거리에는 이 색안경을 비롯하여 서양식 복장으로 멋을 낸 멋쟁이들을 적지 않게 볼 수 있었다. 고종 역시 이 색안경을 착용했다.

  • 최초라고 봐도 무방한 현대식 선글라스의 탄생 사실상 지금과 가장 비슷한 형태와 기능을 갖춘 선글라스는 1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20여 년 뒤에 만들어졌다. 1930년대 대서양에서 훈련을 거듭하던 미국 육군항공대 조종사들은 눈의 통증과 어지럼증을 호소했던 상황. 고도가 높은 곳에서는 직사광선에 바로 노출되는데 당시 이들은 당시 자외선 차단이 되지 않는 고글을 착용했기 때문이다. 이 사실을 깨달은 존 매크리디 중위는 광학기구 업체인 바슈롬 사에 눈 보호용 안경을 만들어달라고 요청했다. 그 결과 현재까지 선글라스의 대명사이자 살아 있는 전통이 된 ‘레이밴’이 1937년 탄생하게 된다.

  • 선글라스, 가장 대중적인 패션 아이템으로 거듭나다 ‘검은 선글라스에 화려한 장신구로 치장한 오드리 햅번이 택시에서 내려 보석상 티파니 앞을 활보한다.’ 영화 <티파니에서 아침을>에 등장한 선글라스는 당대 최고의 여배우가 쓰고 나온 패션 아이템이다. 오드리 햅번 이외에도 배우 마릴린 먼로, 존 케네디 대통령이 자신의 ‘시그니처 아이템’으로 자주 착용하면서 선글라스는 대중들이 멋을 위해 착용하고 싶은 ‘패션 유행 아이템’으로 자리 잡는다. 이후 1970년대부터는 세계 유명디자이너들이 생산에 참여하면서 선글라스가 더욱더 명품화되고, 대중화된다. ‘멋’을 내는 용도로 착용되는 선글라스의 기능은 물론 지금도 변함없이 유효하다.

  • 다양한 렌즈로 변화무쌍해진 선글라스, 리즈를 경신하다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선글라스는 다양한 용도의 렌즈로 선택의 폭을 넓히면서 여전한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특히 특수한 코팅을 해 거울처럼 반사돼 보이는 미러 렌즈는 2000년대 들어서 대표적으로 떠오른 인기 렌즈다. 신비하면서도 미래 지향적인 매력을 전달할 수 있고, 눈부심에 강하다는 장점이 있다. 이외에도 내구성이 뛰어나 방탄소재로 사용되는 폴리카보네이트 렌즈, 반사광을 정확히 차단해주는 폴라로이드 렌즈, 우주 항공이나 군사용 목적으로 사용되는 NXT렌즈 등 다양한 렌즈로 만들어진 선글라스가 사람들에게 유용하게 쓰이고 있다.

  • 새로운 세상을 보여주는 선글라스의 스마트한 진화 눈부심 방지라는 본래의 목적과 패션 아이템이라는 새로운 용도를 지나, 오늘날 선글라스는 어떻게 흘러가고 있을까. 제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이해 선글라스도 ‘차원이 다르게’ 진화하는 중이다. 3D 카메라를 장착한 스마트 선글라스까지 개발된 것. 모바일 메신저 스냅챗의 모회사 스냅이 개발한 스펙터클 시리즈는 우리를 증강현실의 세계로 이끌어준다. 빛을 보지 않기 위해 만들어졌으나, 이제는 새롭게 반짝이는 빛과 세상을 눈에 담기 위해 변화하고 있는 선글라스. 유용하면서도 멋지고, 똑똑한 선글라스의 매력은 여전히 차고 넘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