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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면인식기술의
빛과 그늘

글. 차두원 한국인사이트연구소 전략연구실장, <4차 산업혁명과 빅뱅 파괴의 시대>, <이동의 미래> 저자

미국 소비자 기술 협회(CTA)가 선정한 ‘2020년을 선도할 5가지 기술 트렌드’ 중 하나인 안면인식기술. 현재 안면인식기술은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있으며, 기존의 보안 수단을 빠르게 대체하는 중이다. 기술의 속도만큼 윤리적인 담론 또한 뜨거워지는 이유다.

범죄자 잡는 하늘의 눈

2015년 시작된 중국의 스카이넷 프로젝트는 국민감시를 위한 실시간 영상감시 시스템 구축을 목표로 한다. 주요 교차로, 공항, 철도, 항만 등 주요 교통시설을 중심으로 전국 29개 성급 행정구역에 이미 2,000만 대가 넘는 CCTV를 설치했다. 스카이넷이란 명칭은 영화 <터미네이터>에 나오는 인공지능 악당 스카이넷과 의미는 다르다. 스카이넷은 중국어 프로젝트 명칭인 톈왕(天網)을 문자 그대로 영어로 번역한 것으로, 천망회회 소이불실(天網恢恢 疏而不失) 즉 “하늘 그물의 눈은 매우 넓어서 성긴 것 같지만, 악인은 하나도 놓치지 않는다.”는 노자의 도덕경에 나온 표현을 인용한 문구다. 천망(天網)은 중국의 법망을 의미하며, CCTV와 안면인식 기술로 무장한 법망을 그 누구도 피할 수 없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프로젝트의 목적은 범죄예방 등 공공안전, 중국사회의 신뢰성 있는 소비기반경제 구축이 목적이다.
2014년부터 ‘신뢰에 대한 보상, 불신에 대한 처벌(Rewarding Trustworthiness and Punishing Untrust-worthiness)’이란 메커니즘으로 작동하는 사회신뢰시스템(Social Credit System) 구축을 위한 로드맵의 일환이다. 계획에 따라 중국은 14억 모든 주민들에게 개인별 사회신용점수(Social Credit Score)를 부여할 계획이다. 점수 산정 기준에는 기존의 재정 상태 중심의 전통적 신용 수준 평가에서 벗어나 무단횡단, 비디오 게임 과다 구매 등의 정보들도 포함된다. 만약 신용점수가 낮다면 항공 티켓 구매, 주택임대, 대출, 초고속 인터넷 가입, 신용카드 신청, 승진 금지 등의 제약을 받을 수도 있다. 문제는 스카이넷과 기존에 설치된 CCTV 등을 동원하면 안면인식과 인공지능 시스템을 통해 성별, 연령대, 복장 등 다양한 개인정보를 파악할 수 있고, 위에서 언급한 신뢰시스템과 연동해 실시간으로 개인 정보를 파악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미 대형 콘서트장과 같은 공공시설에서 안면인식 기술을 통해 CCTV로 촬영된 사람들의 범죄자 판별이 가능하며, 실제로 지난 2년간 2,000명 이상의 범죄자를 체포하기도 했다.

보건 당국에도 큰 도움 주는 CCTV

여기에 더해 최근 코로나19 확산과 함께 중국의 안면인식 기술이 새롭게 관심을 받고 있다. 중국 경찰이 착용하는 스마트 헬멧은 5m 반경에 있는 사람들의 체온과 자동차 번호판 인식이 가능하다. 실시간으로 37.5도 이상 고열이 있는 사람이 감지되면 경고음을 발생시키고, 헤드업 디스플레이를 통해 개인정보를 제공한다. 감지된 후 자동차로 이동한다고 해도 번호판 인식을 통해 차량 통제와 추적이 가능하다. 또 다른 중국의 안면인식 기술개발 업체인 한본테크놀로지는 마스크를 착용한 사람도 식별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현재 중국에 설치된 CCTV는 약 2억 대, 미국에는 5,000만 대가 설치되어 있다. 인구 100명당 기준으로 미국은 15.28대로 세계 1위, 중국은 14.36대로 세계 2위다. 다음으로 영국, 독일, 네덜란드 순이다. 설치 대수로는 중국, 미국에 이어 독일, 영국, 일본 순이다. 현재 중국 정부가 추진 중인 스카이넷 프로젝트 계획에 따르면,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올해 2020년 말까지 수천만 대를 추가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중국뿐만이 아니다. 영국은 런던 지하철 테러, 2012년 개최 후 IRA 폭탄테러 등에 대비해 급격히 CCTV 설치 대수를 늘렸고, 프랑스도 국가 디지털 신원(Digital Identity) 데이터베이스에 알리셈(Alicem) 안면 인식 기술을 추가해 각종 공공서비스 이용을 위한 신분증으로 안면인식 기술을 활용하기 위해 검토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신한은행이 본사 식당, 카페, 편의점에서 안면인식 기능을 활용한 페이서비스를 운영하고 있으며, LG CNS는 세계적 안면인식 업체인 중국 센스타임과 마스크를 착용한 상태에서 0.3초 만에 99%를 판독하는 기술을 공동개발하기도 했다. 우리나라에 설치된 CCTV는 2017년 말 95만 4,261대, 2018년 말 103만 2,879대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최근 연락이 되지 않는 이태원 클럽 방문자의 코로나19 확진 여부 파악을 위해 CCTV로 동선을 추적하는 영상도 그리 낯설지 않을 정도다. 이처럼 안면인식이 제공하는 편리한 사용자 경험은 다양한 인터페이스에 사용되기도 하지만 안면인식을 활용한 개인정보의 활용에 대한 논란은 전 세계적으로 끊임없이 진행되고 있다.

인권 침해 vs 신뢰 사회

이처럼 안면인식기술은 국가와 도시 정책에 따라 합법적으로 적용되기도 하지만, 사생활과 인권 침해의 대표적 기술로 등장했다. 과연 안면인식 기술 발전이 가져온 감시 가능 사회는 조지오웰의 소설 <1984>에 등장하는 정부가 개인의 삶을 통제하는 전체주의 사회인 ‘오웰리언(Orwellian)’일까, 혹은 사회의 신뢰와 안전을 보호할 수 있는 ‘유토피아(Utopia)’일까? 코로나19 확산으로 공중보건을 위한 감시 권력, 경제 활성화를 위한 정부의 거대화에 대한 우려와 기대가 공존하는 시점에서 안면인식기술은 본격적으로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향후 안면인식기술은 전자서명인식기술, 음성인식기술, 보행인식기술 등으로 확대된 바이오인식기술로 통폐합될 가능성이 크다. 이는 인간의 행동이 더 광범위하게 제약을 받을 수도 있다는 의미다. 안면인식기술이 접목된 감시시스템에 대한 중국 국민들의 지지는 매우 높다. 2018년 베를린 자유대학 제니아 코스카(Genia Kostka) 교수가 중국인 2,209명을 대상으로 중국 사회신용시스템에 대해 조사한 바에 따르면, 사회신뢰시스템 구축에 설문 참여자 31.1%가 ‘어느 정도 찬성(somewhat approve)’, 48.9%가 ‘매우 찬성(strongly approve)’이라고 답했다. 찬성 의견이 무려 80.0%다. 특히 학력이 높고 경제적으로 안정적인 사람들의 지지가 높았다. 이러한 결과가 나온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설문 참여자의 76.0%가 ‘불신’을 중국 사회의 커다란 문제로 꼽았기 때문이다.
팬옵티콘*이 인간의 행동을 지배할 수 있는 이유는 감시당하고 있다는 ‘증거’가 아닌, 감시당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우려’에 있다. 보이지 않음으로써 더 효율적으로 작동하는 팬옵티콘의 감시 체계는 이미 우리 앞에 현실로 다가와 있다. 바이오 인증 기술의 장점은 소구하되 인간의 자율성과 자발적 선의의 미덕은 지켜져야 한다. 성숙한 시민 사회의 저력이 기술의 힘이 아닌 집단지성의 힘으로 작동되는 사회만이 ‘신뢰 사회’라는 지속 가능한 성장을 보장할 것이다.

*팬옵티콘 : 1791년 영국의 철학자 제러미 벤담이 죄수를 효과적으로 감시할 목적으로 고안한 원형 감옥. ‘모두’를 뜻하는 ‘pan’과 ‘본다’는 뜻의 ‘opticon’을 합성한 단어로, 번역하면 ‘모두 다 본다’는 뜻.