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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남매 워킹맘의
문화생활 분투기

조헤라 경영혁신처 그룹경영부 차장

대략 그 시작은 2013년 여름, 고갱 전시회부터였던 것 같다. 고갱 3대 걸작이 한자리에 모이는 보험평가액만 1조 5천억 원이 된다고 언론에서도 엄청 호들갑을 떨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전 세계 30여 미술관에서 대여하여 고갱의 대표적 60점을 모아놓은 이 의미심장한 전시회를 꼭 가고 싶은데, 내 상황이…. 그때 쌍둥이들은 두 돌이 채 안 되었고 전시회는 언감생심 꿈도 못 꾸는 상황이었다.
둘 이상의 고만고만한 아이들을 키워본 사람이라면, 집이라는 공간이 얼마나 빨리 어질러질 수 있는지, 치워도 치워도 끝이 없는지를 알 터이고, 특히 워킹맘들은 아침에는 회사로, 저녁에는 집으로 출근하는 삶인지라 집이라는 공간이 쉼터가 아닌 또 다른 일터로 인식되기 마련이다.
그 당시, 안팎으로 스트레스는 누적되고 또 다른 일터인 집을 탈출하고 싶어 작심을 했다. 무릎 나온 트레이닝복을 말끔한 옷으로 갈아입고 아이들도 단장을 시킨 다음 고갱전시회를 보기 위해 미술관으로 향했다. 값비싼 작품들 앞에서 마음대로 날뛰는(!?) 아이들은 결국 유모차에 묶어두고 한 작품 한 작품 감상해나갔다. 아이들이 울면 달래러 밖으로 나가기를 반복하면서….
그렇게 시작된 아이들과 함께 하는 전시회 나들이는 이제 100회를 훌쩍 넘어섰다. 주로 미술작품을 보러 다녔지만 다른 분야로 범위를 조금씩 넓혀갔다. 또 예술의전당, 서울시립미술관에서부터 소규모 미술관, 전시관까지 장소의 범위도 넓혀갔다. 이제는 아이가 하나 더 늘어서 세 아이를 데리고 미술관 등 전시회 관람을 다닌다.
만 8세 이하 세 아이를 데리고 전시회를 다닐 수 있는 비결이라면, 우선 정보를 찾고 일단 나가면 된다. 아이들 데리고 간다고 무조건 아이의 눈높이에 맞추지 않았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에바 알머슨이나 앤서니 브라운 전시도 보러 갔지만 샤갈, 고흐, 모네, 르누아르, 김환기, 박수근, 천경자 등의 작품도 함께 보러 갔다. 또한 그림에 얽힌 미술사도 설명해 주면 아이들이 흥미 있게 듣기 때문에 학습의 효과도 얻을 수 있었다.
3세부터 미술작품 감상(!)을 시작한 둘째는 초등학교 선생님으로부터 색을 다루는 감각이 뛰어나다며 미술학원에서 과외를 받았는지 질문을 받기도 했다. 미술학원 근처에 가보지도 않았는데 말이다. 수년간 자의 반, 타의 반 미술작품을 감상해 오면서 심미안이 생긴걸까.
나도 그림 앞에 서면, 작품에 깃든 작가의 생각을 헤아려 보게 되고 다채로운 색깔이 주는 감동에 젖어 힐링이 되는 느낌이다. 덤으로 색채에 대한 감각이 생겨서 패션센스도 전보다 나아지는 것 같다.
혹시 자녀들과 미술관, 전시회에 가고 싶은데 주저하는 사우들이 있다면 일단 한번 시작해보시라고 권유하고 싶다.

*‘KEPCO인의 취향’은 책, 영화, 건축, 드라마, 패션, K-POP 등 다양한 분야, 다양한 테마에서 사우들의 취향을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업무와 일상에 윤기를 더하는 취미와 취향을 가지신 사우들의 많은 참여를 기다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