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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마워,
함께 해줘서

홍주연 해외사업개발처 사업개발2실 대리

사랑에 서툴던 나는 개를 키우게 되었다. 고등학교 졸업 후 대학 진학과 함께 시작된 서울에서의 자취 생활은 부모님의 잔소리와 간섭으로부터 해방과 자유를 주었지만, 외로움도 함께 선사해주었다. 반복되는 만남과 이별, 소심한 성격 탓에 사소한 말 한마디에 받은 마음의 상처 등 사람들과의 관계에 치이고 다쳤다. ‘삶이 원래 그렇지’라고 생각하면서도 사람을 만나는 게 힘들게 느껴져 대인관계를 기피하게 되었고, 그럴수록 혼자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외로움의 수렁에 빠지게 되었다. 그때 나는 지금 키우고 있는 개를 만났고, 어쩌다 보니 식구가 추가되어 ‘개 세 마리 사람 하나’ 가족이 구성됐다.
개는 상처 받은 내 마음을 그저 물끄러미 옆에서 지켜봐 주었다. 옆에 있어 주는 것만으로 위로가 되고 우정이 되고 사랑이 되었다. 과정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인간으로서 내 시간을 개에게 오롯이 다 투자할 수 없는 까닭에서였다. 생존(?)을 위해 아침부터 저녁까지 회사 생활을 하기에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주지 못한다.
하지만 개에게 있어서 나는 그가 볼 수 있는 세상이고 견생이며 우주이다. 어깨에 짊어진 책임감이라는 무게에 잠시 힘들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지만 결국 결론은 내가 책임진 것이 아니라 개가 나와 함께 해 준 것이었다. 이 세상에 나 혼자가 아니라는, ‘함께’라는 말의 의미를 알게 해준 존재였다.
퇴근 후 후다닥 집으로 돌아가 강아지 세 마리와 산책 준비를 한다. 산책하면서 여러 가지 많은 생각을 한다. 회사에서 있었던 일도 생각하고, 주위의 나무와 꽃을 보면서 계절의 변화를 실감하기도 하며, 앞에 걸어가는 내 강아지들의 씰룩대는 궁둥이를 보면서 참 사랑스럽다는 생각도 한다. 그리고 이런 게 일상의 소소한 행복임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된다.
본사 근무를 하는 나에게 반려견들은 나주에서 나의 삶을 풍요롭게 해준다. 사실 이들이 없었다면, 어떻게 하면 서울로 도망칠 수 있을까를 궁리했을지도 모른다. 꼬찌, 홍구, 홍식이는 나의 사랑하는 가족이자 ‘베프’(가장 친한 친구)이다.
개의 수명이 인간의 수명보다 짧기에 언젠가는 이들을 먼저 보내야 한다는 생각에 마음이 아려온다. 그래서 더욱 이들과 함께 하는 하루하루를 마음껏 사랑하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