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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한
사물 속에서
발견한

낯선 생각

정리. 편집실 / 자료제공. 지앤씨 미디어

언제까지나 반복될 것만 같았던 평범한 일상이 낯설게 다가온 시간을 경험한 지난 몇 달. 그 어느 것도 당연한 것은 없다는 사실이 우리의 마음을 자못 불편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새로운 시각이 트인 기회가 되었다는 점에서 유의미한 시간이기도 하다. 익숙한 사고를 바꾸는 일은 쉽지 않다. 굳이 코로나19와 같은 거대한 계기 없이도 새로운 시각을 가지길 원한다면 예술과의 만남을 추천한다. 특히 초현실화가의 거장인 ‘르네 마그리트’의 작품이라면 그 바람을 충족하고도 남을 것이다.

  • 잘못된 거울, 1935, 캔버스에 유채, 19x27cm

    마그리트의 작품을 입체적인 시각으로 경험할 수 있는 <르네 마그리트 특별전> 전시장의 모습

  • 사람의 아들, 1964, 캔버스에 유채, 116x89cm

문화 전반에 영향을 끼친 신선한 영감

중절모를 쓴 남자의 얼굴에 눈코입이 아닌 사과가 얹어져 있다. 바다 위를 나는 새의 실루엣 속에는 하늘이 담겨 있다. 두 연인이 얼굴에 도포를 뒤집어쓴 채 입맞춤을 하고 있다. 르네 마그리트의 작품들은 이처럼 익숙한 사물이나 형태를 낯설게 표현함으로써 기묘하고 환상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르네 마그리트는 20세기 최고의 화가 중 한 명이자 초현실주의의 거장으로 손꼽힌다. 20대 초반에 벨기에 왕립미술학교에 입학하여 정식으로 미술 교육을 받기 시작한 마그리트는 우연히 카탈로그에 실린 조르조 데 키리코의 작품 <사랑의 노래>를 보게 되었다. 이 작품에 큰 충격을 받은 마그리트는 이후 초현실주의 화가의 길을 걷게 된다. 대표적인 초현실주의 작가 살바도르 달리와 호안 미로, 시인 폴 엘뤼아르 등과 교류하였으나 1920년대 후반에 들어서면서 꿈의 세계, 무의식을 중시한 프랑스 초현실주의자들과는 다른 시각 예술의 독특한 영역을 구축해 냈다.
마그리트는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물을 작품 소재로 선택하였다. 담배 파이프, 돌, 중절모, 새 등 친숙한 대상들의 예기치 않은 결합을 통해 상식을 깨고 사고의 일탈을 유도하였다. 이러한 기법을 ‘데페이즈망(Depaysement)’이라 부르는데, 이는 20세기 문화와 예술 영역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오늘날까지도 르네 마그리트의 작품은 현대 대중문화의 ‘자양분’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그의 작품은 유명 뮤지션의 앨범 재킷에, 또한 영화 <매트릭스>와 <하울의 움직이는 성> 등에 영감을 줬다. 그 외에도 건축, 광고 등 대중문화 전반에 광범위하게 영향을 끼쳤으며 2018년 뉴욕 소더비 경매에서 그의 작품 <쾌감의 원칙>(1937)이 한화 약 329억 원에 낙찰돼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그의 대표작으로는 <연인>(1928), <이미지의 배반>(1929), <빛의 제국>(1950), <골콩드>(1953), <사람의 아들>(1964) 등이 있다.

골콩드, 1953, 캔버스에 유채, 80.7x100.6cm

미디어 아트로 재탄생한 마그리트의 작품 세계

‘화가’보다 ‘생각하는 사람’으로 불리기를 원했던 마그리트는 항상 새로운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았다. 그래서 그의 작품은 21세기의 관객들에게도 여전히 새롭고 독특하다. 독창적이며 신비로운 그의 작품은 익숙한 것에 대한 질문을 던짐으로써 잠시 멈춰 생각할 것을 권한다.
모든 것이 빠르게 돌아가고 지식의 휘발성이 심화하는 현대사회에서 르네 마그리트의 작품은 지속적인 영향력을 발휘하며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특히 현대에 와서 그의 회고전은 미디어 아트와 만나 더욱더 기발한 시각으로 해석되고 있는데, 최근 한국에서 아시아 최초 멀티미디어 체험형 전시의 형태로 그의 회고전이 열린 점은 참 반가운 소식이다. <르네 마그리트 특별전>에서는 마그리트가 직접 등장하는 뤽 드 회쉬 감독의 영화 <마그리트, 또는 사물의 교훈(Magritte, or the Lesson of Things)>(1960) 편집본과 마그리트의 대표작 중 하나인 <빛의 제국> 연작을 색다르게 감상할 수 있는 명상적 공간도 마련되었다. 증강현실과 특수 효과 기술로 마치 마그리트의 작품에 직접 들어간 듯한 신비한 경험을 해볼 수 있다는 점은 이 전시의 가장 큰 매력이다. 특히 160여 점에 달하는 그의 작품을 벽면과 바닥에 걸쳐 360도로 에워싸며 다양하게 확대하거나 시각적 효과를 더해 재탄생시킨 40분여 분의 영상은 압도적 스케일로 관객들을 한껏 사로잡는다.
르네 마그리트는 “나는 실제로 테이블을 그리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내게 불러일으키는 감정을 그린다.”라고 말한 바 있다. 친숙한 물건을 다채롭게 해석한 그의 작품 세계를 또 다른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는 이번 <르네 마그리트 특별전>을 통해 관객은 그가 왜 ‘그림을 그리는 철학자’라고 불리는지 그 이유를 사뭇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또 다른 마그리트를 만나다

<르네 마그리트 특별전>은 실감형 미디어 콘텐츠와 화려한 시각적 효과를 가미한 인터랙티브 전시로 르네 마그리트의 작품 세계를 새롭게 만날 특별한 기회다. 회화·사진·다큐멘터리 등 총 160여 점에 달하는 주옥 같은 작품들로 이루어진 아시아 최초 멀티미디어 체험형 전시로서 최신 미디어 매체와 다양한 기술을 통해 재해석된 마그리트의 작품세계를 보다 입체적으로 이해하고 체험할 수 있다.
장소 : 인사 센트럴 뮤지엄(안녕인사동 B1)
기간 : 2020년 4월 29일(수)~2020년 9월 13일(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