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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원목공예
목기장을 만나다

글 송지유 사진 이원재(Bomb 스튜디오)

천년고도 남원에서 첫 근무를 시작한 신입사원들. 근무한 지 1년여가 넘었지만 아직 남원에 대해 ‘잘알못’이라는 남원지사의 신입사원들이 남원 전통 목공예 견학에 나섰다. 하나의 목기가 완성되기까지 수개월의 시간, 수십 단계를 거치는 공정을 돌아보며 남원목기에 담긴 장인정신을 깊이 새겼다.

천년의 전통, 목기에 담긴 장인의 혼(魂) 남원지사 신입사원 4인방의 남원목공예 견학기

(왼쪽부터)고객지원부고객지원부 황예솔 사원, 전력공급부 송종근 사원, 고객지원부 김지훈 사원, 전력공급부 하상우 사원

인고의 시간을 머금은 남원 목기

민족의 영산 지리산의 중심도시 남원은 통일신라 때부터 목기 산업이 발달해 왔던 고장이다. 남원지사 전력공급부 송종근, 하상우, 고객지원부 황예솔, 김지훈 신입사원 4인방이 전라북도 무형문화재 제11-3호 목기장(木器匠) 노동식 선생의 남원 목기공예사를 찾았다.
“남원 목기는 모양이 정교하고 아름다우며 옻칠로 명성이 높죠. 이처럼 남원에서 목기가 발달한 배경에는 지리산과 인접해 풍부한 산림자원을 가지고 있습니다. 또한 신라 시대 고찰인 실상사에서 승려들을 위한 식기인 바루를 목기로 만들어 사용하면서 남원 목기의 우수한 기술이 발전되어 왔습니다.”
전통 목기의 맥을 잇고 있는 노태훈 목기장 전수생이 제작 공정을 안내했다. 제일 처음 향한 곳은 목기를 만드는 오리목 나무와 물푸레나무 원목 통나무가 켜켜이 쌓여 있는 창고였다. 한켠에서는 용도에 따라 나무를 적당한 크기로 자른 뒤 네 귀퉁이를 도려내는 ‘귀돌이’ 작업이 한창이다.
“목기를 만들고 남은 나무는 어떻게 사용하나요?”
하상우 사원이 버려지는 나무에 대한 우려를 내비치자 ‘사료나 비료’로 주로 사용된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그는 소중한 산림자원이 버려지는 것 없이 다시 자연으로 돌아간다는 말에 안심이 된다며, 본인이 업무에 임할 때에도 낭비되는 공정이 없는지 더 고심해야겠다는 생각도 덧붙였다.
목기의 구조만 깎아내는 ‘초벌깎기’ 후에는 2개월 건조 과정을 거친다. 원하는 형태로 깎아내는 ‘재벌깎기’ 후 또 건조. 그리고 마지막으로 앞면을 깎아 완성한 그릇 형태가 ‘백골(白骨)’이다.
“백골 뒷면에 낙관을 새기는 ‘낙관 찍기’는 목기를 깎는 마지막 단계로 제품에 흠집이 있는지, 나무가 틀어졌는지, 앞면이 잘 깎였는지 모두 확인하는 중요한 작업입니다.”
직접 백골에 낙관 찍는 체험을 해본 김지훈 사원은 “요금파트에서 수금업무를 담당하며 체납 독촉은 물론 단전까지 모두 해야 돼요. 제가 하는 일에 대해 충분히 책임감을 가지고 성실하게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라며 낙관 공정에 다시 눈길을 보낸다.


백골 뒷면에 낙관을 새기는 ‘낙관 찍기’는
목기를 깎는 마지막 단계로 제품에 흠집이
있는지, 나무가 틀어졌는지, 앞면이 잘
깎였는지 모두 확인하는 중요한 작업입니다.

천년의 생명력, 장인의 혼을 담다

아름다운 목기를 만들기 위해서는 인고의 시간을 감내해야 한다. 목기를 깎는 공정뿐 아니라 다음으로 이어지는 칠작업이 더욱 그렇다.
“나무로 만들어진 팔만대장경이 천년이 되도록 어떻게 썩지 않았을까요? 비밀은 바로 옻칠 때문입니다. 천연도료인 옻칠은 항균, 항습, 항염 등의 성능이 있어 목기 등에 칠하면 오랜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습니다. 나무 촛대도 옻칠을 하면 불에 강해지죠.”
전통 옻칠은 칠과 건조 작업을 반복한다. 1차 칠에 이어 나무의 홈을 깎아 내고 메우는 ‘곡서’와 ‘삽입’ 과정이 이어진다. 사포질을 한 후 같은 공정을 반복하며 총 4번의 재칠 과정이 진행되는데, 전체 단계로 보면 총 10여 단계나 된다. 지금은 예전보다 많이 간소화되었으며, 대량 생산되는 제품은 화학칠로 작업한다.
“언제부터 옻칠 공정이 간소화되었나요?”
황예솔 사원은 전통 방식의 공정이 간소화된 배경에 주목했다.
“저렴한 중국산 제기가 들어오면서부터 가격 경쟁을 위해 10년 전부터 붓으로 칠하던 것을 분사작업으로 바꾸는 등 공정의 변화가 도입되었죠. 하지만 지금도 전통 방식 제품은 목기장이신 아버님이 직접 깎으시고 제가 칠하고 있습니다.”
오태훈 전수생의 설명에 황예솔 사원은 “목공예도 보다 실용적으로 변화된 걸 보니, ‘절차가 너무 길다’, ‘서류가 너무 복잡하다’는 등의 고객 민원이 생각납니다.”라며 개선이 필요하다면 보다 발전적인 방향을 고민해 봐야 할 것 같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수십 단계의 공정마다 혼신을 다하는 모습이 인상적입니다. 현장에서 실수로 고객님들께 피해가 가지 않도록 업무에서도 장인정신을 가지고 꼼꼼히 해야 할 것 같아요.”
현장 설계를 담당하는 송종근 사원은 목기에 담긴 장인 정신을 통해 자신을 되돌아보았다.


지리산 쪽을 담당해 산을 많이 타야
한다는 송종근 사원은 자신이 한
걸음을 더 걷더라도 고객 한 분 한 분의
편의를 생각하며 열심히 임하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젊고 활기찬 남원지사의 ‘서와담(書와談)’

지리산이 한눈에 보이는 남원지사는 신입사원이 많아 더 활력이 넘치는 젊은 지사다. 무엇보다도 휴게실 이름인 ‘서와담(書와談)’처럼 막힘없이 소통이 잘 되는 분위기가 남원지사의 강점이라고 신입사원들은 입을 모은다.
“창구 접수를 하는 제 업무에서는 동료와의 소통만큼 고객들과의 소통도 중요한 것 같아요. 충분히 이야기를 들어드리면 어려운 민원도 원만하게 해결되더라고요. 나무에 홈이 있으면 파내고 메우는 작업이 필요하듯 고객과의 관계를 매끄럽게 만드는 노력도 필요한 것 같습니다.”
목기의 강점에서 소통의 중요성을 다시 배웠다는 황예솔 사원은 새해에도 맡은 업무에 대한 전문성을 보다 향상시키겠다고 말했다.
“남원 목기에 대해 알게 되면서 일상에서도 꼭 사용해보고 싶어졌습니다. 그리고 오늘 배운 열정을 되새기며 새해에는 새 신발 한 켤레를 더 사야겠습니다.”
지리산 쪽을 담당해 산을 많이 타야 한다는 송종근 사원은 자신이 한 걸음을 더 걷더라도 고객 한 분 한 분의 편의를 생각하며 열심히 임하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목기 하나가 완성되기까지 숱하게 많은 사포질과 칠을 반복하는 인내심과 열정이 숭고하게 느껴졌습니다.”
하상우 사원은 배전업무에 임할 때마다 목기장인의 인내심과 열정을 자주 상기하게 될 것 같다며, 새해에는 한뼘 더 성장한 직원이 되겠다는 소감을 전했다. 동료들의 소감에 고개를 연신 끄덕이던 김지훈 사원도 “현장 방문으로 가봤던 실상사에서 목기가 유래됐다는 게 놀라웠다”며 남원에 대해 조금 더 많이 알게 된 것 같다는 뿌듯함을 내비쳤다.
한 그루의 나무에서 인고의 시간과 열정의 손길을 거쳐 완성되는 목기처럼 남원지사 신입사원 4인방이 각자의 분야에서 더욱 성장하는 아름다운 변화가 벌써부터 기대된다.

※ 사회적 거리두기에 따라 사우들은 안전 수칙을 지키며 견학을 진행했고, 사진 촬영시에만 마스크를 벗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