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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누고 비우는
미니멀 라이프 도전기

성향림 증평괴산지사 전력공급부

TV 예능 프로그램 <신박한 정리>를 보며 ‘미니멀 라이프’에 대해 다시금 생각했습니다. 막내아들 녀석도 느낀 바가 있는지 커다란 인형을 모두 버리고 수천 장의 딱지와 미니카들을 친구들에게 나누어주며 ‘나눔’과 ‘비움’에 동참했습니다.
정리는 저에게 항상 어려운 숙제와 같았습니다. 아이들이 생긴 이후 살림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고, 퇴근 후에는 사방에 널브러진 물건들을 정리하는 데 많은 시간을 소모하며 ‘난 왜 이렇게 정리를 못 할까’ 하는 자괴감에 빠지기도 했지요.
그러던 중 2016년 해외로 이사를 하게 되었고, 꼭 필요한 것 외엔 버리거나 처분해야 했습니다. 하지만 나의 물건을 이 정도로 큰 규모로 처분해본 경험이 없었기에 이사하기 전까지 집안 곳곳에서 나오는 살림들을 처리할 용기가 나지 않았습니다. 일주일 정도는 수납장 문을 열었다 닫았다만 반복했던 것 같습니다. 막연한 마음에 <15분 정리의 힘>이라는 책을 읽기도 했습니다. 그때까지는 ‘정리’가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책대로 실천하려고 보니 공간이 부족한 것이더라고요. 그때 깨달았습니다. 단순한 정리가 아닌, 살림을 줄이는 게 정답임을요.
그렇게 무작정 하루에 책장 하나 책상 하나 또는 수납장 하나씩 골라 정리를 시작했습니다. 무려 3개월에 걸쳐 ‘버릴 것’, ‘한국에 남길 것’, ‘주변 지인들에게 나누어 줄 것’ 그리고 ‘새 공간으로 가져갈 것’을 구분했습니다. 퇴근하고 집에 오면 쌓인 집안일에 이사 준비까지 일거리가 늘어나니 정말 잠잘 시간이 부족하더군요. 하지만 그때까지도 버린 물건은 그리 많지 않았습니다.
문제는 새롭게 이사한 공간에서 짐을 풀 때였습니다. 186개의 박스가 새 보금자리를 가득 메웠습니다. 의사소통이 어려운 일꾼들을 보내고 남편과 저는 3박 4일 동안 짐을 풀고 정리했습니다. 이삿짐 정리는 아마 그 이후에도 한 달 가량 계속되었던 기억이 나네요. 그리고 그곳에서 한 번 더 해외 이사를 했고 다시 한국으로 돌아오게 되었습니다. 한국으로 돌아오기 전엔 거의 모든 짐들을 처분했습니다. 그간 배운 바가 있었던 것이죠.
부피가 있는 큰 가구들은 저렴한 가격으로 중고시장에 팔고, 가구를 없애며 함께 줄여야 했던 살림살이들도 모두 나누었습니다. 필리핀 친구에게는 옷가지를, 스페인 친구에게는 아이들 장난감을, 한국 친구들에게는 책과 문구류 등을 나누었습니다.
이후 살림을 많이 늘리지 않은 것 같았는데 다시 이사 준비를 하려고 둘러보니 비어있던 수납장이 1년 새 가득 차 있네요. 아이가 또 읽겠지 하면서 두었던 책들도 책장을 가득 채웠고요. 그래서 지난주에는 영어책 한 세트를 지인에게 선물했고, 어제는 ‘당근마켓’ 앱을 통해 책을 한 세트 팔았습니다.
비우고 나누는 일을 통해 자유로워지는 법을 제법 배운 탓일까요? 이제는 벽을 가구로 채우지 않고 책장에 빈칸을 두며, 드레스룸이 필요 없는 생활을 해보려고 합니다. <신박한 정리>를 보니, 제가 미처 몰랐던 비우는 방법을 다시금 배웁니다. 나누고 버리고 비워서 공간과 삶이 여유로워지는 삶, 미니멀 라이프를 여전히 꿈꾸면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