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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진 & 강진전력지사

글 장은경 사진 이원재(Bomb 스튜디오)

전라남도 강진

유배의 땅이라 했다. 정약용이 천주학쟁이로 몰려 유배되어 온 땅. 다산이 강진에 머물던 18년 동안 그는 500여 권의 저서를 집필했다. 그중에는 경세유표, 흠흠신서, 목민심서도 있다. 이렇게 역사 속에서 소외됐던 강진은 실학의 거장, 정약용 선생의 흔적을 곳곳에 품을 수 있었다. 그래서 미술사학자, 유홍준 교수는 그의 책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에서 강진을 문화유산 답사기 제1장 1절로 꼽지 않았던가. 인생의 가장 혹독한 시절, 유배지인 강진에서 수백 권의 저서를 저술하며 학문적인 꽃을 피워낸 정약용 선생. 가깝다던 봄이 멀게만 느껴질 때 강진으로 향해 보자.

백련사 동백나무숲

전남 강진군 도암면 만덕산 자락의 백련사 동백숲은 수령이 수백 년에 이르는 아름드리 동백나무가 빽빽이 도열해있다. 전남 광양 옥룡사지의 동백숲과 함께 국내 최대 규모의 동백숲으로 손꼽힌다.
겨울에도 새하얀 눈 속에서 핏빛처럼 붉은 꽃을 틔우는 동백은 3월 즈음에 만개한다. 동백은 싱싱한 진초록 이파리와 대비되는 선홍빛 꽃망울도 아름답지만, 지는 모습이 인상적인 꽃이다. 꽃잎을 흘리지 않고 꽃송이 그대로 목을 꺾어 툭 떨어지기에, 형태를 유지한 채 낙화한 꽃송이들은 그 자체로 품격있는 그림이 된다.

다산초당 가는 길

백련사에서 다산초당에 이르는 길은 천연기념물 제151호로 지정된 아름다운 숲길이다. 다산 정약용과 백련사 주지였던 혜장스님이 서로 왕래하며 학문을 나눴던 길로 잘 알려져 있다. 길 끝에서는 정약용 선생이 기거했던 다산초당을 만날 수 있다.

월출산의 정기를 잇는
강진전력지사

강진의 또 다른 길 끝에서 만나는 강진전력지사. 1985년에 발족되어 지금까지 전남 서남부의 전력망을 책임지는 숨은 공신들이다. 총 인원 89명의 직원들이 나주시와 강진 영암 해남 완도 장흥 진도 보성 등 7개 군을 관할한다. 강진전력지사의 특별한 점은 700MW의 HVDC 설비를 보유한 점을 꼽을 수 있다. HVDC 설비는 직류송전설비이며 육지에서 생산된 전력을 제주도에 공급하는 설비로서 제주 부하의 약 25%를 충당한다. HVDC 제1선로가 98년 상업운전을 최초로 시작했고, 2014년에 제2선로가 상업운전됐다. 또 화원에서 안좌에 이르는 국내에서 유일한 154kV AC해저케이블을 운영하는 것도 이들의 몫이다.
HVDC기술은 전 세계적으로도 운영하는 국가가 몇 안 되는 첨단설비이고 HVDC변환설비들은 대부분 외국산이다 보니 현장에서 유지, 보수할 때에도 해외제조사 기술에 의존해야 하는 어려움이 크다. 이에 강진전력지사는 본사와 합동으로 기술자립 워킹그룹을 운영하며 기술교류회를 갖는 등 기술력 향상에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또한 오랫동안 사용해온 #1HVDC 노후 변환설비의 성공적 교체를 완료하기도 했다.
또 하나 강진전력지사의 특별한 점은 국내 최대 규모의 100MW급 태양광발전단지가 2개나 관내에 자리한다는 것. 이처럼 공급이 급증하는 신재생에너지 설비량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어 이를 계통에 연계하는 것도 이들의 큰 과제이다. 이에 대규모 태양광발전단지에는 개폐소를 두고 신재생에너지 계통연계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이처럼 특수한 최첨단 설비들을 다수 보유한 강진전력지사의 업무환경은 그만큼 녹록지 않다. 게다가 신입사원의 비율이 높아 까다로운 업무를 수행하기에 더욱 어려움이 많다. 따라서 밀레니얼 세대가 조직에 잘 정착하도록 다양한 소통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이를테면 세대공감 전시회를 열어, 삐삐, 워크맨, 버스 승차권 등 각 세대를 대표하는 물품을 전시하고 세대 간 공감과 대화의 장을 마련하기도 했다. 또 점심시간을 이용해 브라운 백 미팅을 열고 다양한 주제로 세대 간 대화를 시도하기도 한다. 또 전통적 동호회에서 과감히 벗어나서 신입사원들의 취향과 요구를 수렴해 라이딩, 재테크 동호회 등을 운영한다.
강진전력지사 사우들에게서는 적당한 긴장과 열정이 묻어났다. 특별한 업무를 대하는 긴장감과 신입다운 열정이 아닐까. 게다가 강진전력지사 앞은 월출산이 병풍처럼 두르고 있다. 신비하고 영험한 월출산의 봉우리들이 그들의 일상을 굽어보며 응원을 보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