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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하나뿐인 접시에
힐링을 담다

글 송지유 사진 이원재(Bomb 스튜디오)

싱그러운 화초, 평화로운 바닷속, 귀여운 곰돌이 등 다양한 이야기가 도자기에 담겨 세상에 하나뿐인 접시와 컵이 되었다. 부서도 연령도 다르지만 공통의 취미로 친화력을 다지며 업무 시너지도 높이고 있는 천안지사 능수버들 동호회원들이 손맛 나는 핸드메이드 도자기 작품을 만들었다.

천안지사 ‘능수버들’ 동호회원
도자기 핸드페인팅 체험

(왼쪽 위부터)안정은 고객지원부 대리, 선진주 고객지원부 대리, 김재옥 배전운영부 대리, 최지선 전력공급부 대리

문화동호회 능수버들 출동

봄의 문턱에서 늦깎이 추위를 털어내며 천안의 히흣도예공방으로 들어선 천안지사 내 문화동호회 ‘능수버들’ 회원들. 회장인 배전운영부 김재옥 대리, 총무인 고객지원부 선진주 대리와 안정은 대리, 전력공급부 최지선 대리가 ‘도자기 핸드페인팅’을 위해 한자리에 모였다.
“원하는 형태의 초벌 도자기 접시와 컵을 골라서 연필로 밑그림을 그린 후 물감으로 채색할 겁니다. 초벌 도자기는 분필 정도의 강도라서 살살 그려야 하고, 연필로 면을 칠하면 물감 채색이 안 되니까 연하게 테두리만 그리셔야 해요.”
이현정 강사의 설명을 들으면서도 다들 마음에 드는 접시와 컵을 고르기 바쁘다.
“와~ 너무 귀여워!” 귀여운 모양에 반해버린 최지선 대리와 안정은 대리는 곰돌이 접시를 바로 선택했고, 김재옥 대리는 동그란 접시, 선진주 대리는 사각 접시, 그리고 공통으로 배불뚝이 머그컵을 선택했다. 뒤이어 또 다른 선택은 도안 정하기. 각자 휴대전화로 도안을 검색하는가 싶더니 곧 찾은 도안과 떠오른 아이디어를 그림으로 옮기기 시작한다.
“능수버들은 문화동호회인데 처음에는 책 읽고 영화도 보다가 두 달에 한 번씩 원데이 클래스 활동을 했어요. 그런데 작년에는 코로나19 때문에 별로 활동을 못해서 회원들 독려를 위해 오늘 참여했어요. 지난번에 도자기를 만들었는데 오늘은 페인팅을 하게 되어 더 기대됩니다.”
회장인 김재옥 대리의 동호회 소개에 회원들은 즐거운 추억들이 절로 쏟아져 나온다.
“저 지난번에 만든 나뭇잎 모양 접시에 고기 구워서 먹었어요.”
최지선 대리는 직접 만든 도자기 접시를 사용하고 있다며 사진을 보여주기도 한다. 다른 이들도 잘 쓰고 있다며 공감과 대화가 이어지는 와중에도 쉬지 않고 그림에 속도를 내는 사우들. 슥슥 삭삭, 연필 움직이는 소리와 열중하는 모습 속에 점점 밑그림이 완성되어 간다.

부드러운 수채화부터 동심 가득한 아트 페인팅

“도자기는 1,000도가 넘는 고온에서 굽기 때문에 수분이 빠져나가면서 30% 정도 작아져요. 그러니까 줄어들 걸 예상해서 선도 조금 굵게 칠해야 해요. 색상도 다운된 톤의 물감 색깔과 달리 쨍하게 채도가 높은 컬러가 올라오고요”
도자기가 줄어든다는 강사의 설명에 초벌기와 완성된 도자기의 크기 차이를 가늠해보며 자신의 그림을 살펴보는 사우들. 접시 테두리에 라인을 좀 더 굵게 그려야겠다며 조정에 나선 김재옥 대리는 유일하게 물레 위에 얹고 돌려가며 그리기에 도전한다. 물레를 이용하면 쉬울 줄 알았는데 오히려 더 어렵다고 푸념을 하면서도 끝까지 정성스럽게 물레를 돌린다.
이어진 채색 과정 역시 한 땀 한 땀 수놓듯 조심스러운 손길 속에서도 붓칠에는 힘이 들어가고 하나둘씩 형태가 뚜렷해진다.
“붓을 이용하니 손의 힘을 균일하게 조절하는 게 힘드네요. 광물성 물감이라 색도 생각대로 나오는 게 아니라서 쉽지 않지만 재미있고 힐링도 됩니다.”
직접 색을 섞어서 만들어 사용한 선진주 대리는 어려움을 토로하면서도, 그간 다양한 체험을 하면서 조금 실수해도 핸드메이드의 자연스러움이 있더라며 여유로움을 보인다.
리본 포인트가 돋보인 최지선 대리의 곰돌이와 안정은 대리의 멜빵바지 입은 곰돌이는 마치 곰돌이 가족 같은 세트 작품이 탄생하는 등 모두 채색과 막바지 작업에 정성이 더해진다.

세상에 하나뿐인 핸드메이드 도자기

“너무 귀여워.”
“오~ 톤이 세련됐어요.”
드디어 작품들이 하나씩 완성되자 탄성이 터져 나온다. 정성을 기울여 완성한 작품을 앞에 두고 다들 각자의 특색에 맞게 잘 나온 거 같다고 서로에게 칭찬 퍼레이드가 이어진다.
돌고래가 유영하는 잔잔한 바닷속 그림을 완성한 선진주 대리는 “보직 변경된 지 얼마 안 되어서 아직 배우는 중이라 계속 긴장했거든요. 그런데 오늘은 그림을 그리며 스트레스가 치유되는 시간이었습니다.”라며 앞으로 작품을 보면서 평화를 찾을 수 있을 것 같다고 한다.
“전에는 조금이라도 선이 빗나가면 스트레스를 받았는데, 지금은 살짝 어긋나도 크게 이상하지 않다는 걸 알아서 유연해진 것 같아요. 업무에서도 작은 실수가 큰일이 될까 봐 고민을 많이 했던 예전과 달리 지금은 동료들을 믿으니까 융통성과 여유도 생긴 것 같고요. 곰돌이와 기린을 그렸는데, 전부 남자 캐릭터에요. 제가 결혼할 때가 된 게 아닌가 싶네요.”
조용조용한 어조로 이어가는 안정은 대리의 농담은 동료들의 웃음을 더 크게 자아냈다.
“그동안 코로나19 때문에 체험을 별로 못했는데 오늘 도자기 페인팅을 모처럼 함께해서 너무 좋았고, 내년에 대학 졸업하면 더 열심히 활동할 생각입니다. 회장님, 앞으로도 더 많이 진행해주시길 기대합니다!”
야간대학을 다니는 최지선 대리는 시험 기간에도 동호회 활동에 참여할 정도로 동료들과 함께 하는 시간이 오히려 힐링이라며, 앞으로도 활발한 프로그램 진행에 대한 기대도 덧붙였다.
“우리 동호회는 부서도 직급도 성별도 세대도 다양하거든요. 부서가 다르고 층이 다르면 얼굴 보기도 어렵고 대화도 못하는데, 업무를 벗어나서 공통의 관심사를 가지고 시간을 함께하고 의견도 나누면서 힐링도 되고 업무 시너지도 나는 것 같아요.”
결혼할 동료에게 선물하기 위해 ‘그린’ 테마로 화초를 그렸다는 김재옥 대리는 앞으로 행복한 결혼 생활을 기원한다며 축언도 보탰다. 그동안 활동의 경험이 쌓여서 오늘 훨씬 향상된 실력을 볼 수 있었다며, 코로나19 상황이 빨리 끝나서 회원들과 함께 다양한 활동을 했으면 좋겠다는 희망을 밝히자 동료들 역시 동감의 목소리를 더한다.
세상에 단 하나뿐인 자신만의 도자기를 완성한 뿌듯함을 가슴에 꼭 안고 공방을 총총히 나서는 사우들의 얼굴은 한결같이 반짝이는 설렘과 기쁨으로 가득 채색되어 있었다.

※ 사회적 거리두기 방역지침에 따라 안전 수칙을 지키며 활동을 진행했고, 사진 촬영 시에만 마스크를 벗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