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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 가치 확산을 위한
녹색 프리미엄 시행

글 _ 이연승 요금기획처 요금전략부 차장

지속가능한 인류의 미래를 위해 착한 소비, 탄소중립경영이 확산되는 추세다. 전력 분야에서의 화두는 RE100. 지구환경오염의 주범인 화석연료를 퇴출시키고, 재생에너지로 100% 전환해 전력의 착한소비를 이루겠다는 선언이다. 이를 이행하기 위해 우리 회사는 녹색 프리미엄을 전격 도입해 시행하고 있다.

2006년 한 켤레의 신발을 판매할 때마다 도움이 필요한 아이들에게 한 켤레의 신발을 기부한다는 철학을 가진 신발 브랜드가 등장했다. ‘착한 패션’ 유행의 시작이었다. 제3세계 농가에 합리적인 가격을 지불하거나 공동체 지원을 통해 지역의 자립을 돕는 공정무역 제품을 소비하거나, 어린 노동자 착취 또는 잔인한 동물 실험을 한 제품에 대한 불매를 비롯하여 개인의 소비 행위가 이웃, 사회, 나아가 환경에까지 미치는 효과를 고려하고 배려하는 ‘착한소비’가 다양한 분야로 확산되었다. 최근에 가세한 것은 환경오염을 줄이는 친환경 제품을 이용하거나, 물건을 재활용하는 ‘친환경 소비’ 확산이다. 스타벅스는 2018년 7월부터 전 세계 매장에서 플라스틱 빨대 퇴출을 시작했고, 2020년부터 일회용 플라스틱 소재 식기류 제공을 폐지하는 등 탄소중립 경영방침을 선언했다. 탄소중립이란 이산화탄소를 배출한 만큼 이를 흡수하는 대책을 통해 순 배출량을 제로(0)으로 만든다는 개념이다.
그리고 전력 분야에서 단연 화두는 RE100이다. RE100은 Renewable Energy 100%의 약자로, 2050년까지 사용하는 전력량의 100%를 태양광이나 풍력 등 재생에너지로 충당하겠다는 기업들의 자발적 선언이다. 2014년 국제 비영리단체 The Climate Group이 개최한 2014 뉴욕 기후주간에서 처음 발족되었으며, 이케아를 시작으로 애플, 구글 등 전 세계 280여 기업들이 재생 에너지 100% 사용을 선언하고 구체적인 실행계획을 공개했다. 2020년 12월 우리나라 기업으로는 최초로 SK그룹이 RE100을 선언했다. RE100 이행을 가능하게 해주는 중요한 수단이 바로 녹색요금제이다.
녹색요금제란, 재생에너지로 생산한 전기를 소비하고 인증받기 희망하는 전기사용자가 기존 전기요금에 별도 프리미엄을 추가하여 자발적으로 구매하는 선택형 요금제이다. 소비자의 자발적 참여를 통해 재생에너지를 보급하고 투자를 활성화하기 위한 목적으로 미국, 유럽, 호주 등 각국에서 이미 운영되고 있다. 국가별 도입 여건에 부합하는 다양한 형태의 녹색요금제가 운영 중인데, 기부금 방식과 요금제 방식으로 구분할 수 있다.

기부금식 녹색요금제는 재생에너지 확산 기여를 희망하는 소비자가 전력 판매회사와 녹색요금을 약정하고, 소비자가 납부한 녹색요금 재원을 활용하여 재생에너지 기반 확대를 위한 투자하는 운영방식이다. 재생에너지 기반이 미흡한 녹색요금제 도입 초기에 주로 운영된다.

요금제식 녹색요금제는 소비자가 전력사용량 중 재생에너지원 비중(~100%)을 정하고, 해당 전력사용량에 대해 녹색요금(원/kWh)을 납부하는 방식이다. 재생에너지 기반 확대 등 일정 수준의 여건 조성 후 도입되는 운영방식이며, 소비자는 재생에너지 사용량에 대한 인증을 판매회사로부터 받아서 납품처에 증빙하거나 홍보 용도로 사용한다.

해외 녹색요금제 운영 사례

  • 홋카이도 그린전력기금

    소비자는 매월 전기요금의 5%를 전력 판매회사인 홋카이도 전력에 추가로 납부하고, 재원은 비영리단체인 그린펀드에 전달되어 시민 풍차 건설 등 재생에너지 확산에 활용

  • 호주 Energy Australia Green Power 요금

    소비자는 재생에너지 전력 중 희망하는 재생에너지 비중(10%, 20%, 100%)을 선택하고, 해당 사용량에 대해 녹색요금을 납부

RE100의 새로운 무역장벽 효과

RE100은 정부의 규제가 아닌 민간기업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이루어지는 환경운동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지만, 산업계 일각에서는 새로운 무역장벽으로 인식되는 분위기이다.
애플은 43개국에 위치한 데이터센터, 사무실 등 소비전력의 100% 재생에너지로 조달하여 2018년에 이미 RE100을 달성했다. 더 나아가 협력업체들의 RE100까지 추진하고 있는데, 바로 공급업체 클린 에너지 프로그램(Supplier Clean Energy Program)이다. 애플은 자사 제품의 모든 부품 공급사들에게 RE100을 이행하도록 서약을 받고 있으며, 2030년까지 전 공급망에서 RE100을 달성한다는 목표를 설정하고 추진 중이다. 애플과 유사하게 BMW도 자사 전기차에 배터리를 공급하는 회사들에게 RE100을 요구하고 있다. 이러한 재생에너지 사용 요구를 충족하지 못하면 사업이 무산되는 경우가 빈발하고 있다. 애플은 지난해 SK하이닉스 반도체 납품 물량에 대해 RE100 미충족 시 대만 TSMC로 교체하겠다고 압박한 것으로 알려진다. BMW는 2018년 LG화학에 부품 납품 전제조건으로 RE100을 요구하면서 계약이 무산되었으며, 같은 요구를 받은 삼성SDI는 국내 공장 생산물량을 재생에너지 사용이 가능한 해외공장으로 옮기면서 충족할 수 있었다. (한국일보, ’21.02.25) RE100 확산과 발주처·NGO 등의 재생에너지 사용 요구에 충족할 수 있는 국내 기업을 위한 이행방안 제공 필요성이 점차 증가하였다.

  • 주요 국가 신재생에너지 발전량 비중
  • 신재생 발전량·전력사용량 비교(’18)

한국형 녹색요금제, 녹색 프리미엄

녹색 프리미엄제를 도입하기까지 우리 회사에서 약 3년의 준비 기간이 소요되었다. 해외 운영사례를 참고하였지만, 국내 재생에너지 비중 등 도입 여건에 대한 고려가 필요했다. 이를 바탕으로 한국형 녹색요금제 운영방안을 검토하였고, 기업 및 산업계 간담회를 여러 차례 개최하여 소비자 의견을 수렴하였다. 한편, 6차례 시범 운영을 통해 제도를 점검하였고 ’20년 12월 녹색 프리미엄 제도가 마침내 도입되었다.
녹색 프리미엄이란, 전기소비자가 재생에너지로 생산된 전력을 사용하기 위해 전기요금과는 별개로 추가 비용을 납부하는 녹색요금제의 일종이다. 희망하는 소비자는 한전과 약정을 체결하여 녹색 프리미엄을 납부하고, 재생에너지 사용확인서를 발급받는다. 녹색 프리미엄 재원은 한국에너지공단으로 이체되어 재생에너지 확산을 위한 투자에 사용된다.
녹색 프리미엄은 입찰 방식으로 진행된다. 참여를 희망하는 일반용 및 산업용 전기소비자는 희망 물량과 가격을 제시하고, 국내 재생에너지 발전량 한도 내에서 최고가 순으로 낙찰받는다. 물량, 하한가, 낙찰방식 등 입찰에 관한 세부사항은 정부, 한전, 에너지 분야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재생에너지 사용 심의위원회에서 결정한다.

녹색 프리미엄제 운영방식

우리 회사는 제1차 녹색 프리미엄 입찰을 2021년 1월 초 공고하여 2021년 2월 5일까지 기업들의 희망 물량과 가격을 접수하였다. 그 결과, 2021년 전체 판매물량인 17.8TWh의 약 7%에 해당하는 1,252GWh가 평균가격 kWh당 14.6원에 낙찰되었다. 이로써 2021년에 총 133억 원의 녹색 프리미엄 재원이 조성되어 재생에너지 분야 활성화에 투자될 예정이다.
참여기업은 우리 회사로부터 재생에너지 사용 확인서를 발급받아 RE100에 참여하거나 발주처의 재생에너지 사용 요구를 충족하는 데 사용할 수 있다.
녹색 프리미엄 제도가 안정적으로 정착된 이후 주택용 등 다른 소비자를 대상으로 확대 예정이다.

녹색 프리미엄, 기후 위기의 대안

녹색 프리미엄 도입으로 소비자가 재생에너지 전력 사용을 선택할 수 있게 됨에 따라 전력 분야에서도 친환경 가치를 실천하는 소비가 가능해졌다. 국내 기업의 경우 발주처의 재생에너지 사용 요건 충족에 따른 글로벌 경쟁력 강화가 기대되며, 아울러 녹색 프리미엄 재원을 활용한 신재생 분야 투자 활성화와 에너지 전환을 위한 기반 마련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2020년 6~8월 미국 여론조사기관인 퓨리서치센터(Pew Research Center)에서 시행한 조사에 따르면, 코로나19 대규모 확산으로 큰 인명 피해가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조사대상 14개국 중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캐나다 등 8개국에서 ‘전염병’보다 ‘기후변화’가 가장 중대한 국가 위협으로 꼽혔다. 우리나라에서도 2020년 10월 KBS와 그린피스가 공동으로 기획한 기후 위기 관련 시민 인식조사에서 응답자의 86.9%가 기후변화의 심각성에 대해 인지하고 있으며, 에너지 전환 등에 따른 전기요금 인상에 대해 응답자의 71.8%가 수용의사를 밝힌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기후 위기 해결에 우선적인 가치를 두고 있다는 것인데, 하루빨리 녹색 프리미엄제가 정착하여 주택용 등 전체 사용자를 대상으로 확대되기를 기대해 본다.